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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법보신문 2014.04.17 ]“문자와 이미지 조화가 동양문화 저력”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 주최 성주 심원사 국제학술대회 1,442

프랑스 석학 등 20여명 참여
동서양 인쇄문화·본성론 논의
고려대장경 우수성 깊은 공감

   
▲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가 4월13~14일 한국과 서양의 인쇄문화를 비교하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국내외 학자들이 모여 한국의 인쇄문화와 서양의 기독교 인쇄문화의 특성을 비교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동서양의 대화를 시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소장 김성도)가 4월13~14일 이틀간 경북 성주 심원사에서 개최한 해외 석학 초빙 국제학술대회 및 템플스테이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 스님과 유럽을 대표하는 석학인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셀 믈로 관장, 프랑스 디종대학 파스칼 라르들리에 교수, 일본 도쿄대학 도서관 부관장 이시다 히데다카 교수, 김성도 한국기호학회장, 김양호 청주대 교수를 비롯해 불교학자로 김성철 동국대 교수, 이도흠 한양대 교수가 참여했다.

미셀 믈로 관장은 “고려대장경에서 알 수 있듯 동양의 인쇄문화는 서양보다 일찍 발달했다”며 “오늘날 남아있는 해인사 대장경은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자와 이미지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유일신 종교에서는 성서를 벗어나 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을 우상이라 여겨 이를 철저히 금지했다. 정형화된 글자만이 허용될 뿐 다른 어떤 이미지도 신을 왜곡시킨다는 관념이 이어졌고, 8세기 비잔틴 성상논쟁을 통해 비로소 이미지화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서예나 동양화에서 알 수 있듯 문자와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시다 히데다카 교수는 “문자와 이미지를 대하는 동서양의 차이 밑바닥에는 불교가 있다”며 “일본의 경우 이러한 영향은 다도와 정원문화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파스칼 라르들리에 교수도 “삼성이나 엘지 등 동양의 기업들이 디자인이나 첨단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데에는 이미지를 거부하지 않는 통합적인 문화로 인해 가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철 동국대 교수는 실크로드학의 최근 연구성과를 소개한 뒤 15세기 서구의 인쇄문화 혁신을 가져온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배경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건너간 동양의 인쇄문화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음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뒤늦게 출발한 서양의 인쇄문화가 동양을 추월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종교개혁이라는 큰 사건으로 성서의 보급이 본격화되고 때마침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대륙이 서구에 알려지면서 그곳에 진출한 서구인들의 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꼽았다. 동서양의 인쇄문화 격차는 동서양의 지식수준이나 의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아메리카 진출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미셀 믈로 교수는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공감한 뒤 “대장경판을 이용해 지속적인 인경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불경이 널리 보급될 수 있었느냐?”고 질문했다. 김 교수는 “불교에서는 서양과 달리 경전을 필사하면 큰 공덕이 된다고 믿었고 이것이 경전 보급의 큰 역할을 담당했다”며 “이런 한국의 사경 문화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인간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차이와 그것을 넘어서는 바람직한 인간관에 대해 논의했다. 그에 따르면 서양은 신과 인간, 선과 악, 있음과 없음 등 이원론적인 사고가 지배해왔으며, 이는 모든 존재가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면서도 고유한 성품을 지니지 않는다는 불교의 연기론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인간관으로 “지극한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됐어도 고통 받는 중생이 있다면 부처가 아니다. 그 중생을 깨닫게 해 고통 속에서 구원하는 그 순간 부처가 되는 것”이라는 원효 사상을 제시했다. 참된 깨달음이란 내가 고통 속에 있는 타인에게로 가서 그의 선(善)을 드러내며 그를 완성시키고 그를 통해 다시 나를 완성하는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세계를 개조할 때 타인을 진정으로 개조시킬 수 있고 그 순간 나도 개조돼 깨달음에 이른다”며 “세계의 변혁과 타인의 구원, 나의 깨달음은 셋이 아니라 하나”라고 강조했다.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여러 전공의 학자들도 이 교수의 주장에 깊은 공감의 뜻을 표명했다.

   
▲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학자들이 심원사 새벽예불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참가자들은 새벽예불, 참선수행 등 한국의 사찰문화를 체험했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성도 고려대 응용문화연구소장은 “이번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준 심원사와 고려대장경연구소에 감사드린다”며 “외국학자들도 한국의 사찰과 불교사상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성주=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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